별난세상, 별난사람

<`수사받는 법' 현직검사 기고문 논란>

초심방 2006. 10. 31. 16:26

<`수사받는 법' 현직검사 기고문 논란>



검찰 `부적절한 처신'…해당검사 "공정한 게임 위한 것"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 현직 검사가 피의자로서 수사를 받을 때 대처 방안을 알려주는 기고문을 일간지에 연재해 검찰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 금태섭(39.사시 34회) 검사는 피의자로 조사받을 때, 소환 통보를 받거나 체포됐을 때, 구속ㆍ압수수색을 당했을 때 대처 방안과 범죄 피해자와 참고인의 권리 등을 담은 기고문을 모 일간지에 매주 월요일 연재하기로 하고 11일 첫 기고문을 실었다.

금 검사는 기고문에서 "약자인 피의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 지침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는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는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설사 죄를 지은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유리한 점을 찾아내 수사에 대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파멸로 이끄는 길에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고 한발 더 나갔다.

이런 내용의 기고문이 일간지에 실리자 검찰은 하루종일 술렁였고 검찰 고위간부가 금 검사의 부적절한 행동을 호통쳤다는 소문도 들렸다.

대검은 이날 부장단 회의를 열어 금 검사의 행동이 부적절했다고 입장을 정리하고 서울중앙지검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맡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로서도 시리즈가 그냥 다 나가도록 간과할 수 없다"며 "(보고 체계를 밟지 않고 독자적으로 기고를 결정한) 절차상 문제도 그렇지만 내용에도 상당한 반론이 있다. 묵비권 행사가 양형 등에서 피의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은 완전히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1997년 한 검사가 일간지에 현직 총장을 비판하는 칼럼을 실었다 인사 불이익을 받은 전례도 다시 거론됐다.

금 검사는 기고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현재 수사 환경이 어려운데 피의자의 권리를 설명한 뒤 플리바게닝 등 수사에 도움을 주는 대안을 제시하는 글도 함께 실을 생각이었으며 절차를 밟으면 기고를 허락받지 못할 것 같아 독자적으로 기고를 결정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 검사는 기고문에서도 "그렇다고 해서 수사를 포기하고 범죄를 방치해서는 안되며 수사기관과 피의자, 피해자 또는 참고인 등 형사 절차의 참여자들이 공정한 게임(fair game)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취지이다"고 강조했다.

금검사는 대검 기획조정연구관으로 근무하던 올해 1월 안기부 국정원 도청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와 관련해 천정배 당시 법무장관이 `X파일보다 더 정확한 증거가 어디있겠느냐'고 언급하자 천 장관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내용의 글을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바 있다.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