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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강국’ 한국

초심방 2006. 12. 5. 17:45

6월 15일 영종도와 인천 송도를 잇는 연륙교인 인천대교가 상판식을 가졌다. 총 연장 12.3㎞인 국내 최장 교량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2005년 6월 16일 착공한 지 꼭 1년 만이다. 11월 24일 현재 공정률 35.5%인 이 다리는 200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대교는 장대교량(長大橋粱)이다. 장대교량은 원래 다리의 총 연장이 긴 것을 지칭했으나 요즘은 교각과 교각 사이의 거리인 경간(徑間)이 길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도로교설계기준에 따르면 경간의 길이가 200m를 넘는 교량을 장대교량이라 부르고 있다. 경간 중 가장 긴 경간을 주경간이라고 한다. 인천대교는 주경간의 길이가 800m에 달해 국내 1위이며, 완공시점인 2009년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사장교가 된다.

경간의 길이를 늘리는 것은 교량기술의 평가 척도로 사용될 정도로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경간이 긴 장대교량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교각을 적게 설치하는 대신 교량을 지지해줄 수 있는 케이블을 이용한다.

케이블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교량이 현수교와 사장교이다. 이들 다리는 케이블로 교량을 지탱함으로써 교각의 수를 줄일 수 있다. 교탑(橋塔·케이블이 연결된 다리 기둥)과 이어져 있는 케이블이 상판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로 무거운 상판을 지탱해야 하는 장대교량의 경우 첨단 기술력이 필요함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실제로 초기 현수교의 경우 케이블이 끊어져 다리가 무너지는 사고를 겪었다. 또 케이블로 지탱하는 장대교량의 긴 경간과 높은 교탑은 바람에 쉽게 흔들릴 수 있으며 지진에 대한 반응이 일반 다리보다 훨씬 민감하다. 바다에 건설할 경우 조류(潮流)나 선박의 운항으로 교각에 충격이 갈 수도 있다. 따라서 내풍(耐風)과 내진(耐震) 시공이 필수적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윤만근 전무는 “장대교량은 소재 및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내풍·내진 시공에도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며 “이런 점에서 인천대교는 한국의 다리 건설기술이 얼마나 높은 수준에 올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국내에도 장대교량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해대교(남해~하동), 진도대교(해남~진도), 돌산대교(여수반도~돌산도) 등 1970~1980년대에 건설된 이들 다리는 외국의 기술력에 의존한 것이었다. 하지만 인천대교는 독자적인 기술로 시공하고 있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나라의 교량 건설기술이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는 증거다.

인천대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장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신기술을 총망라해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기술로 처음 만들어진 장대교량인 영종대교(2000년) 이후 놀라운 발전이다. 원래 교량의 상판은 3.9t짜리를 조립해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인천대교는 세계 최초로 무게 1400t, 길이 50m의 상판을 공장에서 제작해 3000t의 해상크레인을 동원해 올렸다. 그리고 직경 3m짜리 콘크리트 말뚝 하나로 2만2000t까지 지탱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하중실험도 거쳤다. 바람에 견디는 안정성을 고려한 것은 물론 선박 운항 시 최대 10만t급의 선박이 10노트의 속도로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바다와 상판 사이의 높이가 최대 74m로 큰 선박도 무리없이 지나갈 수 있게 했다.

영국의 앤드루 왕자는 인천대교 건설 현장을 방문, 우리나라의 건설기술력을 극찬했다. 영국의 건설 전문주간지 ‘컨스트럭션 뉴스’는 인천대교를 ‘세계의 경이로운 10대 건설’로 뽑기도 했으며, 인천대교는 완공도 되기 전에 미국·일본·중국·독일 등 각국의 건축 전문가와 공학도 등 6000여명이 공사 현장을 방문할 정도로 세계적인 명물이 되고 있다.

인천대교 건설은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연계한 도로건설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대교 담당자 이종선씨는 “인천대교가 완공되면 영종대교를 통해서 인천국제공항까지 40분 가량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대교가 완공되면 송도경제자유구역과 인천국제공항이 이어지게 돼 경제구역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며 “인천국제공항은 동북아 물류 허브의 중심으로 동북아 경제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국내에도 인천대교와 같은 장대교량이 속속 들어설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3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도시에 한강과 낙동강 등 대형 하천이 흐른다. 경제적 필요성으로 인해 다리 건설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1973년 우리나라는 국내 최초의 현수교인 남해대교를 건설했다. 푸른 남해 바다 위에 붉게 뻗은 이 다리는 주경간 길이가 404m인 장대교량이다. 남해대교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인 남해군을 육지와 연결하면서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남해군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남해대교가 완공된 지 27년이 지난 2000년 한국은 영종도와 장도를 연결하는 영종대교를 건설했다. 영종대교는 남해대교의 뒤를 잇는 대형 현수교로 인천국제공항을 육지와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계절별로 다른 색상의 조명을 사용하고 우리 고유의 처마를 연상케 하는 곡선미를 살리고 있다. 덕분에 영종대교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박영철 주간조선 차장대우 yc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