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늘 아래 앉아
산마루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 속뜰에서는 맑은 수액이 흐르고
향기로운 꽃이 피어난다.
혼자서 묵묵히 숲을 내다보고 있을 때
내 자신도 한 그루 정정한 나무가 된다.
아무 생각 없이 빈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고 있으면
그저 넉넉하고 충만할 뿐
결코 무료하지 않다.
이런 시간에 나는 무엇엔가
그지없이 감사드리고 싶어진다.
하루 스물네 시간 중 맑고 잔잔한
이런 여백이 없다면
내 삶은 탄력을 잃고 이내
시들고 말 것이다.
-법정스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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