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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글들

초심방 2006. 11. 21. 13:25
거리는 황금색으로 물들고 있다.

노란색은 周易에서 土의 색깔이고

중앙을 나타내며 모든 색이 혼합된 색의 근원이다.

조화롭고 연결과 유대 항구성을 나타내며 전체를 통일하는 색이다.



가을이 노란색으로 물드는 것은

모든 계절을 종합하고 흡수하여 또 다른 계절을 준비하기 위함일 것이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보며

지난 시간을 정리한다.

내게서 떠나갔던 나의 것들은 다시 내게 돌아와 안착하고

걸치고 있던 허망의 옷은 낙엽처럼 떨어져나가

가장 초라하고 빈한한 알몸의 내가 된다.



가을은 사랑을 시작하기에도

이별을 하기에도 적절치 못한 계절이다.

발가벗겨진 나는 내가 아닌 헛된 나를 용납하지 않고

한잎 두잎 떨어지는 낙엽만 보아도 이별이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사랑해........

보고싶어.........

그리웠어........

언제 다시 만날까.........

기다릴게.........



잊혀진 언어들이

물들어가는 낙엽 위에 새롭게 살아 난다.

겨울바람이 불어오면 모두 떨어져나갈 허망의 편린들이지만

노란물결 넘실거리는 이 순간만은 가슴 가득 매달아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