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김 과장은 며칠 전 사내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후배 직원과 대화하다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후배에게 가야 할 내용이 실수로 부장에게 전송된 것이죠.
김 과장은 “바쁜 와중에 후배가 쉴 새 없이 쪽지를 보내오는 게 성가셔서 채팅 신청을 한다는 것이 그만 후배 이름이 아닌 부장 이름을 클릭해버렸다”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김 과장은 후배와 채팅 창을 열었다고 판단, 한참 부장 성토를 했는데 아무런 응답이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때 부장으로부터 “이게 뭐냐”는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이죠. 김 과장은 “거의 유서(遺書)를 쓴 심정이었다”고 푸념했습니다.
종이 편지가 거의 사라지고 이메일이나 인터넷을 통한 쪽지 보내기, 채팅이 샐러리맨들의 주된 의사전달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갖가지 웃지 못할 ‘사고’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말과 글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는 설화(舌禍)·필화(筆禍) 이외에 채팅 때문에 고초를 겪는 ‘챗(Chat)화(禍)’라는 신조어가 나올 판입니다.
얼마 전 어느 광고회사 직원은 광고주로부터 아주 귀찮은 부탁을 담은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는 그 부탁을 해결할 수 있는 회사 동료 직원에게 그 메일을 전달(포워딩)하면서 ‘귀찮겠지만 성질이 더러운 넘(놈)이니 처리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을 적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동료 직원에게 연락이 없어 메일함을 살펴보다가 ‘아뿔싸’ 한탄을 했습니다. ‘전달’이 아니라 ‘답장’을 눌렀던 것입니다.
이메일을 보내면서 첨부 파일을 잘못 붙이는 ‘사고’도 많습니다. 한 이벤트 회사 직원은 행사를 준비하면서 초청 대상자들에게 초청장 대신 사내(社內)용으로 만든 기획 서류를 첨부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 메일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이 행사에 참석하면 얼마짜리 밥을 먹고, 얼마짜리 공연을 보게 될 것인지 속속들이 다 알게 돼 좋았을 수 있겠지만 이벤트 회사 직원은 거의 사표를 쓰게 될 처지가 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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