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관산 구정봉
능력 있다고 해서
하루 밥 열끼 먹는 것도 아니고
많이 배웠다 해서
남들 쓰는 말과
다른 말 쓰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발버둥 치고 살아봤자
사람 사는 일
다 그렇고 그럽디다
다 거기서 거깁디다

2.가야산 정상
백원 버는 사람이
천원 버는 사람 모르고
백원이 최고인 줄 알고 살면
그 사람이 잘 사는 겁디다
길에 돈 다발을 떨어뜨려 보면
개도 안물어 갑디다.
돈이란 돌고 돌아서
돈! 입디다
많이 벌자고 남 울리고
자기 속 상하게 살아야 한다면
벌지 않는 것이
훨씬 낳은 인생 입디다

3.가지산 쌀바위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
내 눈에 피눈물 난다는 말
그 말 정말입디다
내꺼 소중한 줄 알면
남의꺼 소중한 줄도 알아야 합디다
니꺼 내꺼 악쓰며 따져 봤자
이 다음에 황천 갈 때 관속에
넣어 가는거 아닙디다

4.거제 대금산
남녀 간에 잘났네 못났네 따져 봤자
컴컴한 어둠 속에선
다 똑같습디다
니자식 내자식 따지지 말고
그저 다같은 내 새끼로 품어 키워내면
이 세상 왔다 간
임무 완수하고 가는 겁디다

5.마이산
거둘 노인이 계시거들랑
정성껏 보살피며 내
앞날 내다 보시길
나도 세월이 흘러 늙어 갑디다
어차피 내 맘대로 안되는 세상
그 세상 원망하며 세상과 싸워 봤자
자기만 상처 받고 사는 것
이렇게 사나 그렇게 사나
자기 속 편하고 남 안 울리고 살면
그 사람이 잘 사는 겁디다

6.매화산
욕심!
그거 조금 버리고 살면
그 순간 부터 행복일탠데...
뭐 그리 부러운게 많고
왜 그렇게 알고 싶은게 많은지
전생에 뭘 그리 잘먹고 살았다고
그렇게 발버둥 치는지
내 팔자 참 안됐습디다

7.지리산 바래봉
천진난만하고
예쁘게 웃던 입가에는
어느덧 싸구려 미소가
자리잡고 있고
적당히 손해보고 살던 내 손에는
예전보다 만원 몇장
더 들어 있습디다

8.백두산 천문봉
그 만원짜리 몇장에
그렇게도 예쁘던 내 미소를
누가 팔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도매로 넘겨 버렸습디다

9.백두산 청석봉
그럽디다
세상 사는 일이
다 그렇고 그럽디다
좋은 침대에서 잔다고
좋은 꿈 꾼답디까?
아닙디다
사람 사는게
다 거기서 거깁디다

10.백두산 장군봉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들 갑디다
내 인생인데 남 신경 쓰다보니
내 인생이 없어집디다
어떻게 살면 잘사는건지?
잘 살아 가는 사람들은
그걸 어디서 배웠는지
안가르쳐 줍디다

11.백두산 관면봉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다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고
정말로 기쁘고 유쾌해서
크게 웃어본지가?
그런 때가 있기는 했는지
궁금해 집디다

12.별유산
알수록 복잡해 지는게
세상이였는데...
자기 무덤 자기가 판다고
어련히 알아 지는 세상
미리 알려고 버둥거렸지 뭡니까?
내가 만든 세상에
내가 묶여 버립디다

13.울릉도 송곳산
알아야 할건
왜 끝이 없는지?
눈에 핏대 세우며 배우고
또 배워도 왜 점점 모르겠는지!
내가 남보다 나은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주위에 아무도 없고
이제껏 내가 내 살 깍아먹고
살아왔습디다

14.속리산
왜 그렇게 바쁘고
내 시간이 없었는지?
태어나 사는게 죄란걸
뼈에 사무치게
알려 줍디다

15.운악산 미륵바위
망태 할아버지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무서워하던
그 때가 행복했습디다
엄마가 밥 먹고
"어여 가자"하면
어딘지 모르면서
물말은 밥 빨리 삼키던
그 때가 그리워 집디다

16.주왕산
남들과 좀 틀리게
살아보자고 바둥거리다 보니
남들도 나와 같습디다
모두가 남들 따라 바둥거리며
제살 깍아 먹고
살고 있습디다

17.황매산
잘사는 사람 들여다 보니
잘난데 없이 잘 삽디다
많이 안 배웠어도
자기 할말 다하고 삽디다
인생을 산다는 것이
다 거기서 거깁디다

18.울릉도 삼선암
그저 허물이 보이거들랑
슬그머니 덮어주고
토닥 거리며 다독이며
둥글게 사는게 인생 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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