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세상 만들기/아름다운 사연들

13억 중국을 울린 ‘6살 효녀’

초심방 2008. 12. 23. 20:48

데일리안 유성호 기자]글로벌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돌고 돌아 중국을 덮치고 있는 최근, 병든 아버지를 정성껏 돌보는 6살 효녀의 이야기 하나가 중국인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지난 16일 중국 현지 신문인 < 심천신문 > 의 온라인판인 < 심천뉴스 > 에는 "난 아빠의 손과 발"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그리고 이 아이의 일상을 담은 동영상이 중국 인터넷에 공개돼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커다란 화제가 됐다.


◇ 아버지의 식사 시중을 들고있는 여섯살 추이추이 ⓒ 심천뉴스 캡쳐
동영상의 주인공은 중국 쓰촨(四川)성 바오안구 사징가도 난둥촌에 사는 6살 추이추이. 동영상에서 추이추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큰 수건을 힘겹지만 정성스레 씻는다. 그리고 아이는 그 수건으로 아버지의 병든 얼굴과 몸을 조심스레 닦는다. 어린 나이 탓에 키가 작아서 아버지의 얼굴을 닦으려면 발끝을 한껏 세워야 한다.

그리고 나선 길거리에서 추이추이는 아버지의 휠체어를 민다. 차도를 건너는 장면에서는 행여 아이와 아버지가 차에 치일까봐 불안하기까지 하다. 한국의 도로가 그러하듯이 중국의 도로 역시 여기저기 깊게 패인 곳들이 있다. 이 길을 지날 때면 아이는 그 작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숨이 차다.

아이의 아버지는 5년 전 추이추이가 한 살 무렵 갑작스러운 병으로 목 아래가 마비된 전신마비 환자인 슝춘(熊春) 씨다. 슝츈 씨는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쓰촨성 내의 거의 모든 병원을 다 다녔다. 하지만, 의사들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고, 결국 저축해놓은 모든 돈을 다 썼다.

< 심천뉴스 > 는 "공장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추이추이의 엄마는 점심시간에 집에 잠시 돌아와 점심을 준비하고 바로 공장에 돌아가야 한다"며 "아버지를 씻기고 식사 시중을 드는 간병은 추이추이의 몫이 됐다"고 이들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오전 6시 반이면 일어나 집안의 작은 일을 도맡아 하고 하루 세 번 아버지의 굳은 몸을 마사지하는 것도 추이추이의 중요한 일과다.



◇ 하루 세 번 아버지의 온 몸을 마사지 하는 추이추이 ⓒ 심천뉴스 캡쳐
추이추이가 자신의 물건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작년 추이추이의 어머니가 쓰레기더미에서 주워온 시장에서 5위안(한국 돈 약 1000원) 정도 나가는 인형이다.

현재 이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것은 추이추이의 엄마다. 하지만 추이추이의 엄마의 월급은 고작 1000위안(우리 돈 약 19만 원). 이 돈으로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조차 힘들어 추이추이의 엄마는 시간이 날 때마다 빈병을 주워 판다. 하지만 < 심천뉴스 > 기자가 추이추이를 찾아가기 하루 전에도 엄마는 20위안(한국 돈 약 4000원) 정도 되는 고철을 주워 팔려다 압수당했다.

< 심천뉴스 > 에 따르면 추이추이네 세 식구는 현재 집의 형태만 간신히 갖춘 약 6.6m²(2평) 남짓한 허름한 집에 살고 있다.

집안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곳은 다름 아닌 2층 침대. 이곳은 잡다한 물건들을 올려놓는 공간이자 추이추이의 침실이기도 하다. 벽 쪽엔 공부와 식사 겸용의 작은 접이식 책상이 있고, 문 쪽엔 부엌이 있다. 장식품이라면 먼지가 쌓인 벽에 걸린 추이추이의 상장과 이 집의 유일한 호화품인 텔레비전이 전부다.


◇ 추치추이의 아버지 슝츈 씨가 "추치추이의 퇴학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자, 추이추이가 아버지에게 기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심천뉴스 캡쳐

자신을 돌보는 어린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 슝츈 씨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그는 < 심천뉴스 > 기자에게 "쌀과 기름은 모두 추이추이 엄마의 동료가 가져 온 것"이라며 "제대로 된 식사는 밤에만 먹고, 고기는 거의 먹을 수 없다"고 말했다.

추이추이의 아버지는 "추이추이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좀 맛있는 것을 만들지만 우리가 먹지 않으면 그 아이는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는 "추이추이가 전기세를 아끼려고 항상 책상을 밖으로 옮겨 숙제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추이추이의 학비는 1년에 3~4천 위안(우리 돈 약 6~70만 원) 정도. 하지만 추이추이네 식구들은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힘든 형편이라, 학비를 내는 것은 꿈도 못 꾼다.

추이추이의 아버지는 "퇴학도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추이추이가 눈물을 글썽거리자 슝춘 씨는 아이에게 "얘야, 정말 미안하구나. 꼭 좋아질 거야"라며 딸을 다독였다. 그는 "우리에게는 추이추이가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추이추이의 가장 큰 소원은 "아빠가 가능한 한 빨리 일어서서 함께 공원에 놀러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