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정기 세우고 생태축 연결…대관령 등 12곳 더 복원
(문경·괴산=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이화령 고갯길은/저 일제의 삽날로 끊어진지 오래/상처로 남았더니/이제 아픈 세월을 씻어내고/…우렁찬 출정을 하는 백두대간의 첫 걸음이다."(이근배 시인의 시 '솟아오르는 백두대간이여 하나되는 국토의 혈맥이여' 중 일부분)
복원한 백두대간 중심축인 이화령 구간이 15일 모습을 드러냈다. 일제 강점기인 1925년 단절된 이후 87년 만이다.
이화령은 경북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와 충북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를 잇는 백두대간의 본줄기 고개다.
해발 548m로 비교적 높지 않지만 고개가 가파르고 산짐승 피해가 많아 예전에는 여러 사람이 어울려 함께 넘어갔다고 해서 이유릿재라고 했다.
그뒤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아 이화령(梨花嶺)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화령은 영남과 중부 지방, 한강과 낙동강의 경계다. 그런데 이 고개는 일제가 1925년 도로를 개설하는 바람에 끊어졌다.
현재 나 있는 도로는 1998년 국도 3호선 이화령 터널과 2004년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개통하기 전만 해도 통행량이 많았다. 지금은 일부 관광객이나 등산객만 찾을 정도로 한적하다.
최근 백두대간 종주 붐이 일면서 많은 탐방객이 이화령 구간을 찾고 있으나 이 도로 때문에 등산로가 끊겨 아쉬움을 나타내곤 했다.
정부는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올해 4월부터 48억원을 들여 이화령 도로 위로 길이 46m, 폭 14m의 구간에 터널과 상층 녹지대를 조성하는 등 이화령을 복원에 나섰다.
끊어진 백두대간을 되살려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생태축을 연결하기 위해서다.
- 복원된 이화령
- (문경·괴산=연합뉴스) 15일 복원 공사가 끝나 일반에 공개된 백두대간 이화령 구간의 항공사진. 2012.11.15 << 지방기사 참조 >> << 행정안전부 >> sds123@yna.co.kr
백두대간을 여성 최초로 종주한 남난희(54)씨는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끊어진 구간을 보며 가슴 아팠는데 복원한 이화령을 보니 감개무량하다"며 "이화령 복원은 민족의 자존심을 다시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와 산림청은 이날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 경계에 있는 이화령 휴게소광장에서 이화령 복원 준공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김관용 경북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백두대간 보존 관련 시민단체 회원, 주민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이화령 복원을 축하하기 위해 이근배ㆍ유안진 시인이 지은 시비도 제막했다.
준공식에서 이근배 시인의 시 '솟아오르는 백두대간이여 하나 되는 국토의 혈맥이여'를 전남 완도 중앙초등학교 2학년 용하정양이 판소리로 공연해 눈길을 끌었다.
행정안전부는 앞으로 대관령, 육십령 등 단절된 백두대간 구간 12곳을 복원할 예정이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이화령 복원은 민족정기와 얼을 바로 세운다는 측면에서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며 "한반도 중심 생태축을 연결함에 따라 생태계도 원래대로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