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3일 (금) 08:15 쿠키뉴스 | |
처녀검사,엄마가 된 사연…초임 여검사와 10대 절도범의 훈훈한 얘기 | |
법을 다루는 이른바 법조삼륜(法曹三輪)인 판사·검사·변호사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그러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이라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엘리트 삶을 사는 그들은 보통사람들 입장에서는 '남의 나라' 사람으로 치부되고 있다. 정이 메말라갈수록 모든 일을 '법대로 하자'는 풍조도 법조인을 '이방인'으로 형상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법이 사회를 이끌어 간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이방인으로 생각하는 법조인들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그러나 판·검사와 변호사들도 필부처럼 한 인간이다. 때로는 눈물도 흘리고 작은 일에 분노하기도 한다. '법대로 사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법조계에도 인의지정(仁義之情)이 짙게 배어있다. 법조계의 숨은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삶을 살펴보고, 아름다운 사회를 위한 방향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김연실 대구지검 검사에게 지난해는 '믿음'이란 소중한 의미를 느끼게 해준 해였다. '법조문(法條文)'에 죽고 산다는 초임검사와 14세인 특수절도 피의자 김군과의 만남은 '소중한 인연'을 맺게 했다. 2005년 10월12일 대구지검 형사2부 김 검사실에는 갓 14세 나이에 수갑을 찬 소년이 불려왔다. 동네 친구들과 함께 20여회나 절도를 일삼다 구속된 김군을 첫 대면한 김 검사는 수사검사로서 갖는 본능적인 범죄에 대한 호기심 대신 측은한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 마치 비료 포대 같은 수의를 입은 채 딱딱한 철제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김군은 첫 질문부터 묵비권으로 일관했다. 아버지의 이름을 묻는 질문에 김군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김 검사의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약이 오른 김 검사는 심문을 중단했다. 신원조회를 통해 김군의 가족관계부터 조사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오래전에 집을 나가 편부 슬하에서 생활하던 김군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중 2때 중퇴한 상태였다. 대부분의 비행청소년이 그러하듯이 사랑과 관심이 부족한 아이였다. 김 검사가 더욱 놀란 것은 '김군의 침묵'이 아버지 때문이었다는 사실이다. 김군의아버지는 벌금 미납으로 기소중지 상태였다. 혹시 자신 때문에 아버지마저 체포될까 입을 열지 못한 것이다. 김군은 김 검사로부터 "아버지 문제는 불문에 부치겠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리고 던진 첫 마디가 "용서해 달라"는 것이었다. 2녀1남 가운데 장녀인 김 검사는 김군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고민에 빠졌다. 죄질로 봐서는 구속이 당연하지만, 김군의 선한 눈빛과 가족을 위하려는 깊은 속정이 김 검사를 괴롭혔다. 하루에도 수십건의 구속사건을 다뤄야 하는 피곤한 업무를 핑계로 '김군의 사정'을 애써 외면하려고도 했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김 검사는 이튿날 김군에 대한 구속취소를 마음 속으로 결정한 뒤 정선태 대구지검 1차장(현 서울고검 검사)에게 조심스레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평소 수사검사의 입장을 존중해 온 정 차장은 오히려 "김 검사가 미혼이지만 친아들처럼 여기고 돌봐 달라"며 김 검사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용했다. 주위에서는 김군이 구속취소 후 재범을 저지를 경우 김 검사의 입장이 어려워질 것이 뻔한데도 굳이 모험(?)을 할 이유가 뭐 있냐는 충고도 있었다. 김 검사는 그러나 자신의 결정이 옳은 판단이라는 생각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이런 연유로 김 검사는 결혼도 하지 않고 아들을 얻었다. 10월20일 김군에 대한 구속이 취소됐다. 선도위원을 선정해 지속적인 선도를 위탁해 놓은 상태지만, 김 검사는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그래서 김 검사는 김군과 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 내용은 매달 초 검사실을 방문, 일상생활과 학업에 관해 대화를 나누겠다는 것이었다. 11월1일 김군은 약속대로 검사실을 찾았다. 검정고시학원에 등록했고,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도 치를 예정이라며 자랑을 늘어놨다. 김군의 한층 밝아진 모습에서 김 검사는 작은 보람을 느꼈다. 이제 매월 초가 되면 김군을 기다리는 '파랑새'가 됐다. 갈수록 김 검사의 잔소리가 늘고 있다. 하지만 김군은 김 검사의 잔소리 속에서 또 다른 가족사랑을 느끼게 됐다. "봄에 있을 모의고사에서 1등을 하겠다"는 김군의 약속이 지켜지길 기다리며 김 검사도 미리 축하카드를 썼다. '건강한 웃음을 찾은 것을,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것을, 모두 모두 축하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제휴사/영남일보 최영호 기자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 국민일보 쿠키뉴스(www.kuk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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