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이야기

회혼식 - 울진읍 호월리 주진일, 장분희씨 부부

초심방 2007. 5. 17. 11:14
예쁘니까 결혼했지 봐! 아직도 예쁘잖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12일 울진읍 귀빈예식장 앞마당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혼 급증 등 가정 해체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가운데 근래에 보기드문 회혼식이 전통혼례 방식으로 마련된 것이다.

주인공은 울진읍 호월리에 사는 주진일(80)씨와 족두리를 쓰고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부인 장분희(80)씨. 이들 내외는 지난 세월을 반추하며 하객들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과시했다.

행사장은 시종 웃음꽃이 만발한 행복한 잔치마당 이었다.

   
   
3백여명의 하객으로 부터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청사초롱을 든 손자손녀를 앞세운 노부부의 입장으로 회혼례가 시작됐다.

회혼식은 전인식 울진문화원장의 주례사를 시작으로 맏아들의 친구 남만희(울진중고총동창회장)씨가 집례를 맡아 전안례, 교배례, 합근례, 예필 순으로 진행됐으며, 며느리와 딸들은 노신부를 부축하며 행사를 도왔다.

   
60년 전의 그날처럼 신부는 술잔을 받아 입에만 대고 다시 집사에게 준다. 백발의 신부가 새색시처럼 살포시 짓는 수줍은 미소에 하객 모두 박수를 쳤다.

80세 동갑내기인 주진일, 장분희 부부는 각각 호월 2, 3리의 이웃마을에서 살다가 해방되던 1945년에 19세의 나이로 결혼해 슬하에 6남매를 비롯한 증손자까지 모두 25명의 자손을 거느렸다.

장분희 할머니는 “60평생 살면서 고마운 것도 많고 속상한 것도 많았지만 그저 아프지 말고 오래 내 곁에 있어주면 더 바랄게 없지 뭐”라며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주진일 할아버지도 60년전 신부가 예뻤다며 자랑하며 “봐! 지금도 예쁘잖아”라며 부인 사랑을 과시했다. 이 노부부는 “가족모두가 건강하게 사는 것이 마지막 바램”이라고 말했다.

장남 주사원(60)씨는 “부모님의 건강은 자식의 복이라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6남매를 낳아주시고 건강하게 살도록 보살펴 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뜻에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가정은 지난 회갑, 칠순에도 온가족이 한사람도 빠짐없이 모일 만큼 화목해 이웃의 칭찬이 자자하다. 오늘도 가족 중 장남 주사원씨의 사위 이재중씨가 해외 출장중에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인천공항을 거쳐 포항공항에서 택시편으로 도착해 가족의 단합된 모습을 과시했다.

혼례가 시작되기 전 마당에서는 떡을 치고 돼지고기를 구워 옛날 잔치분위기를 연출 했으며,친지를 비롯한 동네주민 3백여명이 회혼을 축하하며 한바탕 질펀한 잔치를 벌였다.

결혼 60주년이 되는 회혼은 부부가 건강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식들이 무탈해야 치를 수 있다는 전통 때문에 흔치 않은 경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