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이야기

[스크랩] 울진 대게야말로 진짜 대게

초심방 2010. 2. 28. 14:07

죽변항 위판장 꿈틀꿈틀 대게 천지 '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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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8일 울진 대게야말로 진짜 대게"…영덕 그늘에 가려서 빛 못봐

세상이 항상 1등만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2등도 3등도 꼴찌도 기억의 언저리에 남는다. 그래도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개그의 멘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현실을 교묘하게 잘 반영한 덕택이다.





◇정월 대보름을 앞둔 이즈음 울진대게의 주요 경매장의 하나인 죽변항은 어느 때보다도 분주하다. 붉은 울진대게들이 아침부터 죽변항 위판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경상북도 울진을 찾을 때면 이곳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2등을 하는 고장도 없지 싶다.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이라는 개그 프로그램의 대상이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된다면, '1등만 기억하는…' 문장은 울진에 딱 들어맞는다. 세상살이 나이테의 무늬와 주름이 제법 잡힌 이곳 주민들의 생각이 그랬다.

"울진예? 강원에서 경북으로 넘어온 게 한 세대 넘지 않았는교? 강원 동해안이라는 생각은 여전하지예. 울진의 대표 상품이 대게와 송이, 금강송 아닙니꺼? 근데 대게는 영덕, 송이는 양양, 삼척이 제각기 1등이라고 해서 문제지. 타지 사람들도 울진은 모다 그늘에 가려 2등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2등도 대단하다'는 기자의 생각과 달리, 이곳 주민들은 이런 현실이 못내 아쉬운가 보다. 타지인들이 잘 모르는 현실을 알려주겠다는 심산인지, 사설이 꽤 길다. 어느 공무원의 설명이 이랬다. "대게만 해도 그래요. 영덕의 강구항이 위판장이 커서 이곳저곳에서 많은 대게가 몰리는 것 아닙니꺼. 연안 해역에서 잡는 게 진짜 우리 대게 아닙니까. 그래서 울진대게야말로 진짜 대게라는 것입니다."

울진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려면 꽤 노력을 해야 한다. 서울에서 출발하려면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타다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강릉까지 가서 다시 삼척을 거쳐 7번 국도를 이용해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강원도 동해안을 이용해 서울과 연결되는 몇 안 되는 영남 지역이다.

그런 수고를 감내하는 보상은 충분하다. 하지만 2등에 대한 울진 사람들의 안타까운 속내를 조금이나마 공감하기 위해서 새벽부터 숙소에서 일어나야 했다. 사위가 고요한 새벽 5시 30분. 온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기운을 헤치며 울진이 자랑하는 포구인 구산항과 죽변항을 연이어 찾았다. 새벽에 찾은 곳은 구산항. 전날 어촌계를 통해 이날 새벽에도 위판장에서 문어가 경매된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구산항은 사시사철 연근해에서 잡은 문어 위판으로 서서히 이름을 알리는 곳. 문어는 울진과 인근 지역에서는 설 차례 상에 오르는 특별 대우를 받는 어종이라고 한다. 목포와 신안 등 전남 일부 지역의 애경사에 홍어가 받는 각별한 대우만큼의 위치를 지녔다고 한다.





◇울진 기성면 구산항에서 죽변면 죽변항을 향해 해안도로를 달리다 만난 일출 장면. 이곳을 찾은 한 사진작가도 막 모습을 드러낸 '불덩이'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

동해를 건너온 태양이 저 너머에서 미처 얼굴을 내밀기도 전에 문어들이 몸통을 드러낸다. 어민들이 부지런히 잡아온 문어를 풀어놓는다. 옷깃을 파고드는 새벽 포구의 차가운 바람은 잊은 듯, 작은 위판장은 어느새 후끈 달아오른다. 위판장 옆으론 밤새 어민들을 도운 것으로 보이는 조그마한 고깃배들이 제 모습을 차가운 물속에 비춰보고 있었다. 물속에 어린 모습은 카메라의 뷰 파인더에 담는 모습보다 치열하면서 낭만적이다. 적어도 문어 위판장으로 이곳은 2등이 아니라 1등으로 보였다. 흔치 않은 위판장의 문어 경매를 보고 나니, 배꼽시계가 아침 시간을 알린다. 어시장 인근에서 물곰을 재료로 한 곰치국으로 속을 데우니, 새벽의 냉기가 이내 사라진다.

서둘러 찾은 곳은 죽변항. 죽변항은 남쪽의 후포항과 함께 울진을 대표하는 항구다. 차가운 날씨 때문에 위판은 오전 9시는 넘어야 펼쳐진다고 했다. 기온이 내려가면 위판장에 깔린 대게들이 스스로 다리를 떼어내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란다. 위판이 속전속결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겨울부터 날씨가 완연하게 풀리기 전까지 죽변항 위판장은 온통 '대게의 나라'다. '게판'이 따로 없다.





◇죽변항에 정박한 고깃배들의 등불 사이로 간밤에 일을 마치고 돌아온 대게잡이 배가 보인다. 설 명절에서 정월 대보름으로 이어지는 때에 죽변항은 대게잡이 배들로 분주하다.

지난해와 달리 어황이 좋은 올해의 경향은 이날도 이어진 듯, 어민들과 중매인들의 말과 행동에서 활기가 느껴진다. 위판을 마친 60대 어민 부부는 "올해는 대게 풍어"라며 "위판장에서는 대게의 다리가 2개 이상 잘린 것은 경매도 못한다"고 했다. 간혹 경매도 안 된 대게들을 떨이로 구입해 외지인에게 재판매하는 이들이 있어 울진 대게의 명성에 흠집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어촌계에서도 "위판에 실패한 대게는 사지도 팔지도 말자"는 방송이 연이어 나온다. 명품 대게의 품위를 유지하려는 나름의 처방이다.





◇부드러운 맛과 향으로 미식가를 불러모으는 울진대게(위)와 돌문어.

대게에 대한 울진 사람들의 자부심은 뿌리 깊다. 기록이 말해 준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평해군과 울진현의 대게를 자해(紫蟹)라고 표기했다. 이 지역의 주요 특산물로 인정한 것이다. 대게는 죽해(竹蟹), 대해(大蟹), 발해(拔蟹)로도 불리는데, 몸통에서 뻗어나간 다리의 모양이 대나무처럼 곧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니 대나무가 많이 자라 붙여진 지역명인 죽변항처럼 대게와 어울리는 곳도 없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대게 하면 영덕대게로 인정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울진대게보다 영덕대게가 이름을 알리게 된 과정에 대한 울진군의 설명은 이렇다. 불편한 교통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해산물 소비자가 많은 서울과 대구 등으로 이어지는 교통이 편리한 영덕으로 대게를 많이 반출해, 자연스럽게 영덕이 부각됐다.

그 아쉬움을 메우기 위해 울진은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주요 항구와 포구를 비롯해 각 지역에서 '2010 국제울진대게축제'를 연다. 살이 올라 대게가 가장 맛있는 때가 설 이후 초봄까지인 것을 고려해, 지난해 축제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겼다. 그 몇 주 뒤에 이웃인 영덕에서도 영덕대게축제를 마련하기로 해, 외지인 처지에서는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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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산찾는 사람들 (응백 산악회)
글쓴이 : 초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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