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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구절초

초심방 2005. 10. 20. 09:49


<구절초>

 

불타듯  넘실대던 8월의 태양

그 화려하고 찬란했던 정열과

섬기듯 받들었던 영광이여 사라졌는가

 

시린듯 서리 앉은 비어가는 들녘

홀로 남아 고귀로운 향기 뿜나니

갈대야,억새야 고갤 숙여라

황금빛 찬란한 가을날의 환희가

키큰 너희만의 것은 아니로구나

 

저무는 석양빛에 애처로운 떨림

가녀린 하얀 꽃잎 홑겹 삼베옷

두팔벌려 내려앉는 서리 감싸매

미치도록 서러운 보내야할 오늘...

 

침울한 기도 묵향이 되어

온밤내 서기로운 이슬을 모아

여명속에 눈물가득 고개 내저어

체념하듯 공허한 가을날을 깨운다

 

녹제/조연상

 

 

<구절초 이야기>

 

구절초는 늦은가을 찬서리를 맞으며 피어 납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과 함께 피어나는 벗꽃처럼 화사 하지도 않고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 피는 장미처럼 화려 하지도 않습니다.

한여름 내내 담장너머 풍만함을 자랑하는 다알리아처럼  소담스럽지도 못하고

낮은 산과 들을 수놓은 하늘나리나 참나리 처럼 화사 하지도 않습니다.

수줍게 웃는 봄의 전령사도 아니며

폭발하듯 영광스런 여름과 태양의 주인공도 아닙니다.

또한 붉은빛 사랑을 담은 이른 가을의 사루비아처럼 사랑받지도 못하며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처럼 가녀린 여인에 비유되지도 못합니다.

그저 소박하고 인내하는 억센 촌부(村婦)를 닮았을 뿐입니다.

 

또한 억새나 갈대처럼 키가 크지도 못하고 국화나 맨드라미처럼 꽃과 잎이

탐스럽지도 또 화려 하지도 못합니다.

그렇지만 소박하고 투박해 보이는 하얀 꽃잎과 가녀린 잎새는

늦가을 내리는 찬서리 속에서 더욱 맑은 빛의 꽃을 피워 냅니다.

또한 꽃만이 아니라 잎에서도 은은고 소박한 향을 풍겨내고

홀로일지언정 굳세게 정절을 지켜내는 우리네 고향집 여인네를 닮았습니다.

 

한방에서는 선모초(仙母草)라 하여 약용 하는데

아마도 그러한 여인네를 닮은 꽃인만큼 여인들만이 갖는 모든 질환에 두루 효험이 있다하여

붙은 이름이 아닌가 합니다.

구절초의 성분중엔 세균을 죽이는 성분이 있어서 물건의 부패를 막아준다고도 하고

또한 향이 강하여 고급 화장품의 원료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술을 담그면 그 은은한 향과 감미는 물론 건강까지 좋은 약술이 된다고 하니

우리 산야에 자라는 우리꽃....

더욱 아끼고 사랑하여야 하겠습니다.


 

 

 
출처 : . |글쓴이 : 노루발풀 [원문보기]
 
구절초